

마음의 창과 불꽃
“···아쉽지만 그 제안은 수락하지 못하겠군. 미안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여름의 햇빛 아래 자신들의 푸르름과 생명력을 뽐내며 반짝이는 포도밭에서 낮고 단호한 말투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거절하는 것을 미안해하는 다정함이 섞인 느낌의 답변이 울려 퍼졌다. 포도밭에 있는 누군가에게 제안했던 루미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박이며 빛에 반사되는 금빛 눈동자로 응시할 뿐이었다. 답변이후 한동안의 정적을 채우는건 언덕과 근처 강변에서 불어와 적절한 온도로 섞인 바람이었다.
지속되는 정적에 반쯤 눈을 깜박이다 이내 작은 한숨을 쉬며 거절의 답을 했던 그 사람은 구부리고 있던 무릎을 펴면서 흙으로 더러워진 바짓단을 털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하지만 루미네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살짝 드리우는 그림자에도 반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한 곳만을 멍하니 응시할 뿐이었다.
“루미네?”
“····아,네.”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 하는 거야?”
“별다른 건 아니고····” 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멈춰있던 자신의 시선을 움직이게 한 목소리의 주인을 천천히 올려다 봤다.
올려다 본 시야 속에는 그늘을 만들어 자외선과 더위를 막아보겠다고 쓴 밀짚 모자를 살짝 뒤로 젖히며 땀을 닦는 다이루크가 서있었다. 작업용 장갑을 낀 손등으로 가볍게 땀을 닦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보다 젖혀진 모자의 그늘막 경계가 사라진 틈을 타 빛이 그의 붉은 머리칼을 비췄으며, 살짝 젖은 머리카락은 새벽녘 이슬이 맺힌 장미 같았고 햇빛의 색과 붉은 머리칼의 조화는 마치 강렬한 불꽃과도 같은 상반된 느낌을 자아냈다.
그렇게 짧게 감상을 하던 루미네는 다이루크와 눈이 마주치자 뒷말을 이어갔다.
“별다른건 아니고, 왜 이나즈마에서 열리는 불꽃놀이 축제에 같이 못가신다고 하셨을까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미동도 하지 않고 계속 서있었던건가?”
“네. 어쩌다보니 그리 되었네요. 하지만 축제도 이제 막 시작했을거고 불꽃놀이는 3일 후에 할테니까요 하하.”
당시의 모습에 민망했는지 웃으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행동에 다이루크는 눈썹을 꿈틀거리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를 물어봤으면 바로 답해 줬을거야 루미네. 설마 물어본다고 너에게 화낼리도 없고.”
말을 마치자 곧 바로 루미네의 눈을 바라보며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마침 올해 여름 포도를 수확하여 와인을 제조하는 시기는 맞다만, 작년보다 더 일조량도 풍부했고 강우량도 적당했어서 포도들이 당도가 높아. 그렇다보니 평상시보다 더 많은 예약이 들어와서 작업할게 많군.”
그 말에 루미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며칠째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하나가 끝나면 다른 하나가 생기다 보니 거절할 수밖에 없더군.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어. 그러니 루미네 불꽃놀이는 다른 이와,······루미네?”
그녀에게 상황을 설명하다보니 동시에 그동안의 업무를 처리했던 일들이 떠올라 머리가 급 지끈해졌는지 다이루크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뜨면서 아쉬움과 어쩔 수 없지만 서운함에 휩싸여 있을 루미네를 어떻게 달래야 좋을지, 자신이 잘 달래줄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 본인이 생각해봐도 사람을 달래주는데에는 재능이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흠·····어찌해야할까.’ 내적으로 곰곰히 생각하며 이때 페이몬이라도 있었으면 오랜시간 그녀의 곁에 있었으니 위로하는 법을 배우거나 혹은 페이몬이 달래주지 않았을까라고 살짝 원망했다. 그래도 더이상 미룰 수 없기에 그녀의 표정을 조심히 살펴 봤지만 오히려 루미네는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보고있었다.
“저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다이루크 어르신.”
거절을 했는데 어찌 저리 밝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다이루크는 신기해하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루미네의 생각이 궁금하여 되물었다.
“그래 루미네, 좋은 생각이란게 뭐지?”
“제가 같이 가실 수 있도록 오늘 안에 끝낼 수 있게 빠르게 도와드릴게요!”
“····뭐····?”
부드럽고 맑은 루미네의 목소리가 다이루크의 귓가에 울린 것은 맞으나 그녀가 내뱉은 말이 정말 자신이 제대로 들은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뭘 해주겠다고?”
“다이루크 어르신 업무를 제가 도와드린다구요!”
“안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바로 다이루크의 안된다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루미네 너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나를 도와주겠다는거야. 요전날만 해도 의뢰로 바쁘게 돌아다니는 걸 들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그리고 몬드에만 의뢰가 있는게 아니잖아. 리월에도 이제는 이나즈마까지도 가잖아. 오빠에 대한 단서도 찾느라 늦게까지 도서관에 있다고도 하는데, 몸이 상할 수도 있다고.”
이어지는 그의 잔소리에 가만히 듣던 루미네는 눈이 반쯤 감기고 눈썹이 아래로 휘어지더니 바람빠진 웃음 소리를 내고 입을 열었다.
“그건 맞지만 설마 제가 의뢰를 다 정리하지 않고서 어르신께 제안을 했을까요. 몬드는 아까 다운 와이너리에 오기 전에 해결했고, 리월은 아직까진 특별한 의뢰가 없더라구요. 이나즈마는 이번 축제 준비로 오래전에 도와줘서 더더욱 없답니다.”
“그러면 자료 찾는 건?”
“아, 그건 차근차근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이정도면 저 도와드려도 되겠나요?”
루미네는 반달처럼 휘어진 눈과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로 다이루크를 바라봤다. 그녀의 금빛 눈동자는 여느 때보다 더욱 반짝였으며, 빛 덕분도 있겠지만 도울 수 있다는 것과 이로인해 그와 불꽃놀이를 보러갈 수 있겠다는 확신과 설렘이 담겼기에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미네의 도와주겠다는 마음은 기쁘기도하고 같이 불꽃놀이를 보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있겠다는 생각에 수락하고 싶다가도 요근래 앉을 틈이 없을 정도로 바빴던 그녀를 생각하면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속은 매섭게 일렁이는 파도 같았다.
그렇게 외면할 수도 없는 루미네의 눈을 보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을 무렵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마실 물을 가지고 나오던 집사가 이를 듣고 옆으로 와 쟁반에 놓여진 잔에 물을 따르며 말했다.
“저는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련님.” 하며 잔을 건냈다.
그 행동에 조용히 온 것도 놀랐지만 동의하는 말에 어째서 그러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싱긋 웃었다.
“그쵸 찰스씨?”
“그럼요 아가씨. 도련님 생각해보세요. 안그래도 엘저씨께 들은 결과 납품하는 다른 술 뿐만이 아닌 여름 포도로 제조한 와인을 많이 예약받아 서류 양이 상당했다고 했는데 어제까지 그 많은 업무를 처리하지 않으셨습니까. 몸도 상당히 지쳤을테니 오늘 다 마무리 짓는다고 생각하고 처리하셔서 휴가 다녀오시는 것도 괜찮다 생각합니다.”
“자네가 하는 말을 생각해보지 않은건 아니다만,·····”
말끝을 흐리는 다이루크를 보며 오랫동안 모시고 지켜봐온 세월이 있는 찰스였기에 어떤 심정인지 잘 알고 있다는 듯 잔잔하게 미소를 짓고 가까이 다가와 다이루크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그렇지만 도련님 성격 상 이렇게 도와주시겠다는데 거절하시기엔 다른 것보다 더 마음에 걸리 실 것 아닙니까.”
“그것, 도 맞지.”
다이루크는 역시나 오랜세월 자신을 봐온 그에겐 속마음을 숨길 수 없구나를 인정하며 뒷목을 쓸어내렸다.
“그래 루미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당연하죠!!”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루미네는 곧장 수락했다. 다이루크를 돕고 그와 함께 축제에 갈 수 있다니, 업무가 고될지언정 그 사실만으로 이미 그녀는 행복했다. 자신의 그 생각이 겉으로도 드러났는지 어떤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만족스럽냐고 살짝 웃으며 답변을 하는 다이루크의 표정에서 루미네는 보여져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신경쓰기엔 행복함이 우선이었다.
포도밭으로 가기 전 다이루크는 하녀장 아델린에게 루미네가 작업하기 수월하게 환복할 수 있도록 부탁을 하고 그녀의 바람대로 오기 전까지 빠르게 작업을 하러 포도밭으로 들어갔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환복하고 온 루미네가 포도밭 사이에 있는 다이루크를 찾기 위해 불렀다. 부르는 소리에 천천히 일어서던 다이루크는 평상시 보던 하얀 드레스가 잘 어울리고 청초한 모습의 루미네가 아닌 작업을 위해 밀짚모자를 쓰고 면으로 되어 있고 품이 좀 남아 소매를 걷어 올릴 수 있는 상의와 바지, 그리고 부츠와 장갑까지, 굉장히 처음 보는 모습에 낯설지만 잘 어울리고 한편으론 이런 모습의 그녀도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귀엽네·······음?’
한순간 무의식적으로 들었던 자신의 생각을 자각했는지 다이루크는 시선을 거두고 뒤돌며 애써표정을 숨기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미 귀와 목덜미는 누가봐도 모자와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더위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지라 붉어질 틈이 없을텐데라고 생각하며 이 기회에 라겐펜더 도련님에게 살짝 장난을 쳐보겠다고 행동했다.
“명예 기사님 잘 어울리세요!”
“아가씨 정말 너무 잘 어울리고 귀여우세요.”
거듭되는 칭찬에 근처에 있던 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다 루미네 자신도 느끼기에 이질감이 드는 다이루크의 귀와 살짝 보이는 목덜미에 의아해했다.
“어르신 왜 그래요. 많이 더우세요?”
“···············.”
그저 순수한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난감해 하던 다이루크는 일부러 들으라고 행동한 다운 와이너리의 사람들을 살짝 노려보다 이내 헛기침을 하며 일을 하자고 포도밭으로 안내했다.
무릎을 살짝 굽혀 포도밭에 있는 포도를 보는 루미네 눈엔 잘 영글어 한눈에 봐도 입안 한가득 단맛을 선사할 진한 보랏빛에 매료 된채 어떻게 수확하면 되는지 곁에 있는 다이루크에게 물어봤다. 그녀의 물음에 친절하고 세세하게 전지 가위로 줄기 자르는 법부터 바구니에 어떻게 담으면 되는지 차근차근 알려줬다.
그의 설명을 집중하면서 듣던 루미네는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고 보여주는 다이루크의 모습에 그가 과거 페보니우스 최연소 기병대장이 된 것과 지금의 다운 와이너리를 잘 이끌어가는 것이 체계적으로 하는 것과 리더십도 있지만 이런 섬세하게 신경쓰는 부분에서 오는 힘이 큰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자, 이제 한번 해볼까?”
“맡겨만 주세요. 이걸 이렇게······.”
다아루크가 알려준대로 포도를 수확하며 담고, 점차 익숙해지더니 루미네의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역시 처음부터 생각했지만 습득력이 좋단 말이지. 잘하는 걸 루미네.”
루미네를 나즈막히 칭찬 하며 곁에서 다이루크는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갔다.
작업을 하며 중간중간 수건으로 루미네의 땀을 닦아주기도 하고, 바구니를 옮길 때도 함께 했으며, 가끔가다 잔잔하게 미소를 짓는 다이루크를 다운 와이너리의 사람들은 저렇게 온기가 있는 미소를 흐뭇하게 보고 각자의 업무에 집중했다.
시간이 흘러 해가 산 너머로 뉘엿 거리며 사라지려 할 때 포도가 든 바구니가 묵직하게 내려지는 것과 동시에 오래걸렸을 업무가 하루만에 끝났다는 것을 나타냈다.
“모두 고생많았어. 그리고 고마워 루미네.”
다이루크는 와이너리 사람들과 루미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아녜요. 저야말로 빨리 끝나서 너무 기뻐요. 고생 많으셨어요 다이루크 어르신.”
루미네는 활짝 웃어보이며 그에게 다독이는 말을 건냈다.
자기자신보다 상대에게 더 웃어보이는 루미네의 표정에 부드럽게 눈인사를 하며 휴식하러 들어가자고 말하며 이동 하려는데, 그만 더위에 힘들었는지 루미네의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휘청이기 시작했다.
“!!조심해. 크게 다칠 뻔 했어.”
“아·······.감사해요.”
순간 넘어지려는 루미네를 곁에서 걱정하며 바라보고 있던 다이루크가 잽싸게 잡았고 다행이 다친 곳은 없는채로 저택으로 들어갔다.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다이루크는 아델린에게 루미네가 묵을 방과 씻을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부탁을 하며 엘저와 함께 남은 서류를 처리하러 분주히 움직였다.
* * *
어느덧 다운 와이너리에 고요함만이 찾아오고 저택 안은 로비의 난로 속 장작이 타는 소리와 불이 일렁이는 소리 그리고 빛과 온기만이 느껴질 정도로 조용했다.
오늘 업무를 마치고 씻은 후 혹시라도 보지 못한 서류가 있을까 하여 계단을 내려온 다이루크는 난로 앞에 조용히 무릎을 잡고서 불의 일렁임을 바라보고 있는 루미네를 발견했다.
불에 얼마나 집중했으면 다이루크가 내려오는 계단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루미네는 그저 깊은 생각과 미소지으며 일렁이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의 집중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음성이 들렸다.
“잠든 줄 알았는데···아직 안 자고 있었군.”
소리에 올려다 보니 담요를 들고서 항상 단정하게만 묶고 있던 머리를 풀어헤친 다이루크가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루미네는 싱긋 웃어보이며 옆에 앉으라고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쳤다.
“그냥 뭐랄까 갑자기 기대되는게 잠이 오질 않아서요.”
“잠이 오지 않는다고? 그렇게 고생했는데 피곤하지 않은가?”
다이루크는 조심레 루미네 옆에 앉으며 그녀에게 춥지 않도록 담요를 둘러줬다.
“그러게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지쳐서 졸립긴한데, 고되었던 만큼 일도 마무리 되었고, 특히나 다이루크 어르신과 이나즈마로 향해서 축제도 즐기고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즐거워서 잠을 잘 수없더라구요.”
루미네는 아까와는 다른 생기가 넘치는 표정으로 활짝 웃으면서 다이루크를 봤다.
“불꽃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면 괜찮을 줄 알고 내려왔는데, 오히려 일렁이며 춤추는 불꽃처럼 신나버렸네요.”
이런 자신의 모습이 어처구니 없고 웃겼는지 루미네는 작게 웃었다.
원래의 목적이라면 축제에서 불꽃놀이를 볼 때의 루미네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자 어떻게든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한 다이루크였지만, 벌써부터 이리 행복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힘내서 늦게까지 서류 처리를 한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식사 후 리월로 가서 이나즈마 행 배편을 예약 할거야. 가는데 하루 정도 소요한다고 생각하면 될테니 다음날 도착할거고 편히 쉬면서 관광을 하다 축제도 즐기자고.”
“불꽃놀이도 보구요!”
“맞아. 불꽃놀이도 봐야지.”
제일 중요한 메인을 빼고 말하자 바로 말하는 루미네의 말에 조용히 쿡쿡거리는 다이루크였다.
“근데 이렇게 벌써부터 체력을 충전하지 않으면 당일날 지쳐서 불꽃놀이를 볼 수 있겠어 루미네?”
“가는 길에 배에서 자면 되고, 도착하면 관광도 하면서 쉴테니 괜찮아요. 특히 저 강한 체력이니 문제 없답니다.”
“하지만, 오늘 업무 다 끝나고 다리에 힘풀려 휘청였는데?”
그의 되물음에 오늘 업무가 끝나고 다이루크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다리와 손에 찰과상 혹은 더 다쳤을지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떠오르다 꽤 곤란해 하는 표정으로 동공이 흔들렸다.
정말로 그러면 어쩌지 하는 표정으로 답을하며 다이루크를 쳐다보는 루미네에게 어쩔 수 없다며 잠들 때까지 이야기를 나눠줄테니 안심하라고 답했고, 그녀는 활짝 웃으며 안도했다.
문득 루미네의 미소를 보다 정작 그녀가 왜 자신과 축제를 가고싶어하는지 다이루크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나즈마는 현지인일테니 특별히 축제에 가자고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몬드와 리월엔 자신을 제외하고 이나즈마의 축제를 보러 간 이가 없을 것이며 루미네의 주변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꼭 본인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에 직접 물어보는 것이 이 의문을 해결해 줄 것이라 여겨 그녀를 부르며 운을 띄웠다.
“그러고보니 루미네. 왜 나와 불꽃놀이를 보러가고 싶은건지 물어봐도 괜찮을까?”
“괜찮긴한데····왜 그러시는거죠?”
“그야·········.”
루미네의 말에 말끝을 흐리다 이어 말했다.
“그야, 페이몬이라던가 주변인 중 몬드에 나 말고도···그래 작고 용감한 기사인 클레라던가 리월에 이나즈마의 불꽃놀이를 보러 간 사람 없을거 아냐. 물론 이나즈마에도 현지인들에겐 익숙한 축제지만 너가 얘기를 꺼낸다면 흔쾌히 함께할 친구들도 있을테니 그들과 구경하는게 훨씬 재밌지 않았을까 싶어.”
루미네를 보지 않고 난로를 보며 깊게 고민한 생각을 말해주는 다이루크의 옆모습을 본 루미네는 그의 눈동자에 불꽃이 일렁이지만 그 열기와는 상반되는 고민과 의문의 깊이가 보였다. 이를 가만히 듣던 루미네는 조심히 바로 근처에 있는 다이루크 어깨에 손을 올렸고 그는 얹어진 손을 보다 그녀를 마주했다.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흠···저는 항상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오시고, 가문과 가업에도 집중하시면서 동시에 어둠 속에서 몬드의 안전을 위해 언제나 힘내시고 노력하시는 다이루크 어르신께 예쁜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예쁜 모습도 있구나 하게끔요. 그리고····”
다음 말을 하기 전 루미네는 다이루크의 어깨에 얹고 있던 손을 가볍게 다독이 듯이 움직이다 눈을 마주했다.
“축제 목적으로 휴식 하시게 하면서 쉬어가도 괜찮다는 다독임과 안도감을 드리고 싶었어요.”
끝까지 그녀의 말을 듣던 다이루크는 살짝 커진 눈으로 하며 눈앞의 루미네를 보았다. 난로 덕분일까, 일렁이는 금빛 눈은 아침에 봤던 그 반짝임과 다르게 부드러웠고 계속해서 바라보다 그의 붉은 두 눈이 흔들리다 이내 난로를 향하고 어디선가 들리는 자신의 어렸을 적 웃음 소리와 함께 나즈막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자랑스러운 내 아들 다이루크]
다이루크는 눈을 반쯤 감으며 목소리를 따라 떠올리기 시작했다.
클립스 라겐펜더. 다이루크 자신의 아버지이며, 아들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존재.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뤄드려 행복했으며 페보니우스의 최연소 기병대장이 되었을 때 매우 기뻐해주셨다.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물품 때문에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그런 최후를 맞이하시고 대우를 받으실 분이 아니었다. 누구도 위험한 물품에 대하여 아버지의 죽음에 대하여 밝히지 않으려 했고, 결국 자신이 움직여야 알아 낼 수 있다 생각하여 행동 했고 심연과 연관된 정보를 얻고 뒤돌아 볼 틈도 없이 달려왔던 다이루크 라겐펜더 본인을 떠올리니 그동안 익숙해져 자각 없이 달려온 모습에서 숨쉴 틈이 없어 보였구나를 생각했다.
다이루크가 느끼기엔 자신의 페이스에 알맞게 잘 쉬고 있다고 생각을 해왔는데 루미네의 말과 그로인해 주변에서도 걱정하는 것을 인지했으니 이 따뜻함에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까 고민하는 틈에 가볍게 어깨 위로 떨어지는 소리에 쳐다봤다.
피로와 따뜻함에 이기지 못하고 루미네는 깊게 잠들어 그만 다이루크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
빤히 바라보다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깨지 않도록 루미네를 부드럽게 공주님 안기로 안아 올려 머물기로 했던 손님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뉘여주고 이불을 덮어주며 속삭였다.
“잘자 루미네. 아침에 보자.”
이를 들었는지 옅게 미소 짓는 루미네를 보고 다이루크는 조심스레 방문을 닫고 나갔다.
* * *
햇살이 부드럽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저택 안. 침대에서 눈을 뜬 루미네는 원래 침대에서 잠들었던가 의아해 했지만 잠결에 들었던 부드러운 속삭임에 편안하고 깊은 잠에 들었던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확인하고 빠르게 떠날 채비를 마친 루미네는 활기차게 계단을 내려가다 식당 쪽 테이블에 앉아있는 다이루크를 발견하며 아침 인사를 건냈다.
“좋은 아침이에요 다이루크 어르신!”
“좋은 아침이야 루미네.”
루미네는 지나가며 다이루크의 자리를 보니 이미 식사를 오래전에 마치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서류를 보고 있는 그를 보고 옆에 의자에 앉았다.
루미네가 앉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식사를 내오게 했고 천천히 먹으라고 하면서 다시 눈은 서류를 향했다.
“저 혹시 다이루크 어르신.”
“왜 그런가?”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자신의 물음에 살짝 갸웃거리는 다이루크를 보며 걱정하며 물었다.
“혹시 아직 업무가 더 있는 건가요?”
루미네의 물음에 그녀와 서류를 번갈아 보다가 마무리 싸인을 하면서 답했다.
“이건 오늘 아침에 온 몬드 서류인데 추가적으로 받고 싶은 상품이 있는 것 같더라고. 마침 다 확인이 끝났으니 안심하고 출발하면 되.”
해결이 되었다는 다이루크의 말에 루미네는 안심하며 얼른 떠날 수 있도록 빠르게 꼭꼭 씹으며 먹었다.
엘저에게 서류를 넘겨주고 오늘 납품할 상품을 확인하고서 다운 와이너리의 사람들에게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하며 루미네와 다이루크는 마차를 타고 리월로 향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리월에 도착해 곧바로 배편의 상황을 알고자 리월항으로 향했다. 이나즈마로 향하는 배편에 대하여 물어본 뒤 적당한 시간에 두 명을 예약하고 그동안 루미네와 다이루크는 남은 시간을 리월의 상점가와 잡화점, 식당을 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 상 다른 곳은 구경하러 가지 못했지만 적당히 즐기는 것도 둘은 만족스러웠다.
슬슬 이동을 하여 항구 근처에 가 있자고 발걸음을 떼는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루미네와 다이루크는 동시에 뒤를 돌아봤고 저 멀리서 단번에 다이루크를 부르며 뛰어오는 몬드 옷차림의 사내가 있었다.
“다이루크 어르신!!!!”
“자네는·······.”
“아, 저는 엘저씨와 에르네스트씨의 부탁을 받고 급하게 온 직원입니다만, 다름이 아니라······.”
급하게 달려온 사내는 몬드로 향하는 상품들을 마가르가 운반했는데, 출발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마가르도 돌아오지 않고 아직도 상품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하며 서류 확인이 끝난 내용인데 심각한 문제가 생겨 어르신의 도움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엘저씨가 해결하려 했지만 다른 상품들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중이라 급하다고 떠나시려는데 매우 죄송하다며 안절부절해 하며 발을 동동거렸다.
“하지만·····.”
다이루크는 난감해 하는 표정으로 말을 해야하나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눈치 챈 루미네는 자신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사업적으로 중요한 문제라 생각하여 다이루크에게 말했다.
“전 괜찮으니 어서 몬드로 가서 확인하세요.”
“하지만, 루미네 곧 배편이···.”
그의 말에 미소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루미네의 표정을 본 다이루크는 결심을 했는지 달려온 청년에게 알겠다고 하며 동시에 루미네에게 약속했다.
“어떻게든 빠른 방법을 찾아서 시간내에 도착해서 너와의 약속을 지킬게. 약속해.”
루미네는 고개를 끄떡였고, 다이루크는 신경쓰이는 듯 가볍게 옆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녀를 응시한 후 빠르게 몬드로 향했으며, 그녀는 이나즈마 행 배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꼬박 하루가 지나 이나즈마에 도착하고 친구들과 만나며 그동안의 근황과 축제 상황에 대하여 얘기 나누다가 휴식을 가지는데 왜 혼자 왔냐는 물음에 가볍게 웃다가 약속 대상이 조금 늦는다고 답하며 그동안 너희들과 놀거라고 웃으며 말했다.
미리 다이루크가 오기 전에 축제 장을 돌면서 동선을 봐두고 어디가서 구경할지 물색하는게 좋다고 생각하여 아야카와 토마랑 움직였다.
‘이거 다이루크 어르신도 맛보면 좋아하시겠다.’
‘어? 이 가면 쓰시면 어울리겠는데? 미리 사두고서 드릴까?’
‘이 머리 장식 예쁘다.’
장을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멈추는 루미네의 발걸음에 아야카가 물었다.
“루미네씨 뭘 그렇게 보시나요?”
“아, 그게····.”
“아! 그 머리 장식 잘 어울리겠네요. 사서 꽂으면 어떨까요?”
아야카의 제안에 그럴까 생각하다 나중에 오시면 그때 보러가자는 생각에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모든 곳을 구경하고 저녁이 되었고, 여관으로 돌아온 루미네는 개운하게 씻고 아직 오지 않는 다이루크의 소식을 궁금해하며 워프로 잠깐 보고 올까 싶다가도 아냐 이미 오고있으신 중인데 금방 오고 가지만 믿고서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드디어 축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드디어 내가 열심히 이날 만을 위해 제작한 폭죽을 터트리는 날이라고? 엄청 화려할테니 기대해도 좋아 루미네.”
요이미야가 웃으면서 말했다.
“축제 준비 하는 동안 너무 열심히 도와줘서 고마웠단 말이지···· 루미네 아니었으면 구하고 싶었던 재료를 못했어. 그래서 고마움에 의미로 제일 잘 보이는 자리 맡아놨으니까 거기가서 보면 될거야.”
“신경써줘서 고마워 요이미야.”
“그런데 너가 말한 그 붉은 머리의 남성분은 아직 안왔어?”
요이미야의 말에 루미네는 살짝 입을 달싹이다 차분하게 읏으면서 답했다.
“좀 늦으실 것 같다고 하셨는데····당일 날에 늦지 않게 도착하신다고 하셨어. 꼭 같이 관람하시겠다고 약속하셨는 걸”
“그렇다면 다행이야. 어제부터 다 같이 축제 장을 도는데 걱정과 서운함이 섞인 표정으로 움직이더라고.”
“그랬, 었어···?”
루미네의 물음에 요이미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그렇게 서운해 하는 표정으로 친구들과 축제 장을 돌았구나부터 즐거워야 할 축제에서 얼마나 신경이 쓰였을 친구들을 생각하니 그렇게 표출해낸 자신의 잘못과 더불어 얼마나 다이루크와 이 축제에 오고 싶어했는지에 대한 마음도 더 들여다 봤다고 루미네는 생각했다.
곧장 바로 루미네는 친구들에게 사과를 했지만 오히려 무슨일이 있길래 그런거냐는 걱정의 답을 받아 당황함도 잠시 걱정할 만큼 큰 일은 아니라고, 괜찮다면서 오기 전까지 구경하면서 다니다가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장소로 갈테니 혹시라도 붉은 색 머리의 몬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보이면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 여러 곳을 구경하며 다녔다.
점점 해가 온기가 느껴질 정도로 따뜻한 주황빛으로 변하며 하늘의 구름을 다채롭게 채워가는 시간이 찾아왔다. 점점 그 모습이 수평선으로 사라져 갈 때면 혼자서 이 예쁜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 아쉬우며 곧 있을 불꽃놀이는 어떨까를 떠올리다 다시 혼자서 있다는게 어딘지 모르게 쓸쓸했다.
“페이몬이라도 데리고 올 걸 그랬나······.”
의뢰를 다 마무리하고 축제 이야기를 하던 중 향릉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고싶은 사람이랑 다녀오라며 그 뒤에 ‘다이루크 어르신’을 붙이면서 말하면서 떠나던 페이몬의 모습에 뭘 알고서 말하는건지라는 생각과 함께 웃음이 나오다 이내 다시 감상하듯 루미네는 그저 사라져가는 노을을 보면서 슬슬 불꽃놀이를 제일 예쁘게 관람할 수 있는 장소로 움직였다.
“오늘 마지막을 장식할 불꽃놀이 기대되는데?”
“정말 나 이날만을 기다리면서 어디서 볼지 자리 물색해놨다고?”
“얼른 이동하자!!”
장소로 향하는 루미네의 주변에서는 다정한 대화가 오고갔고, 정반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더욱 동떨어지는 기분이 느끼며 움직였다.
자신도 얼른 이런 대화를 다이루크와 나누고 싶고 이 얘기에 가만히 진중하게 듣다가 이내 은은하게 웃으면서 답을 해줄 다이루크가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했고 주변의 분위기는 이제 시작을 하겠다는 모습으로 상점가의 조도를 낮추고 감상할 준비를 마쳤다.
조용해지는 분위기에 얼른 오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주변을 보며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그렇게 루미네가 살펴볼 때쯤, 기어코 폭죽 하나가 하늘 위로 향하였고, 연이어 다른 폭죽도 따라 올라가 아름다운 불꽃을 하늘에 수 놓았다.
그 빛에 아래를 보고 있었더라도 소리와 빛에 매료되어 자동으로 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밤 하늘에 수놓아 질 때까지 다이루크는 나타나지 않았다. 끝나고 한동안 언덕에 서있던 루미네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바람과 함께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얼마나 격렬하게 뛰어 왔는지 거친 숨을 내쉬며 올라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 소리에 자동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헐떡이다 허리를 피며 루미네를 바라보는 다이루크가 서 있었다.
“헉····헉········루미네, 늦어서·····미안해.”
미안하다면서 루미네 앞으로 다가오는 다이루크를 보니 왠지 모르게 안도감과 약간의 원망이 섞여 그녀는 눈을 글썽이면서 바라봤다.
“왜·····왜 이제야 왔어요·····················.”
“미안해, 운송하는데 문제를 일으킨 범인들을 잡느라 예상보다 일찍 끝날 것이 커져버렸지 뭐야···빠르게 왔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늦게··········!!”
글썽이는 모습과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당황하며 어떻게해야 하지 하던 다이루크는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과 함께 다시 언덕을 내려갔다.
그 말을 남기고 간 다이루크의 뒷모습을 보면서 방금전까지 훌쩍였던 자신을 추스렸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언덕을 올라오는 다이루크의 양손에는 큰 상자가 들려 있었고, 기다리고 있을 루미네가 걱정 되었는지 처음 언덕을 올라올 때도 격하게 숨을 내쉴 만큼 뛰었으면서 이번에도 그는 다시 허겁지겁 올라왔다.
“다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루미네. 많이 기다렸지?”
“그렇긴 한데, 다이루크 어르신이 들고 있는 상자는 뭐에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다이루크를 보던 루미네는 그를 보다가 손에 들려있는 상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건 말이지··”
궁금해하는 루미네 앞에 상자를 내려 놓고 뚜껑을 열어 보이며 루미네를 쳐다봤다.
다이루크가 열어 준 상자 안에는 이나즈마의 다양한 폭죽들이 들어 있었고 심지어 처음 보는 종류들이 무수히 많았다. 내용물을 확인하고 놀란 표정을 한 루미네가 다이루크를 쳐다보니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내가 너와 불꽃놀이를 꼭 보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과 속상, 했을 것을 생각하니 어찌하는게 좋을까 하다 마침 지나오던 상점에서 남은 폭죽들이 많아 보이길래 사와봤어.”
“·······그러니까 이걸 다요·····?”
“응······어떤 걸 좋아할지 모르고, 나야 폭죽 종류가 어떤게 있는지 모르니 종류별로 담아달라는게 이렇게 많아졌네.”
말을 마치자 다이루크는 쑥쓰러움에 시선을 살짝 피했고, 그의 귀가 붉어졌다는 것을 루미네는 볼 수있었다.
다이루크의 민망해하는 모습을 보다 자신을 위해 얼마나 그가 마음을 썼으며 힘들게 뛰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뛰어 올라와 같이 보자고 했던 불꽃놀이를 다시 볼 수 있도록 폭죽을 사온 따뜻함에 함박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을 터트린 루미네의 모습에 내심 안심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오버한 것 같다고 생각한 다이루크는 일단 폭죽을 꺼내서 어떤 걸 하고 싶은지 물어보기로 했다.
“크흠, 루미네 그만 웃고 어떤 폭죽으로 하고싶어?”
“어······쏘아올리는 것도 좋긴한데 축제가 끝나 시끄러울 수있으니 약소한 걸로 할까요?”
상자 안에서 손으로 줄을 잡고 밑에 불을 붙이면 별처럼 반짝이는 것을 꺼내어 들어보이며 불을 붙일게 있냐는 물음에 자연스레 다이루크는 검지와 엄지를 튕겨 불을 붙였다.
둘은 언덕에 무릎을 감싼 자세로 언덕 위에서 달빛을 등질 수 있도록 풀 숲으로 가 엉덩이는 바닥에 붙이지 않은 자세로 반짝거리는 불꽃을 바라봤다.
“예쁘다.”
루미네의 말에 잔잔하게 미소짓던 다이루크는 불꽃을 보고 있던 그녀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루미네 원래는 하늘 위의 불꽃이 보고 싶지 않았어?”
그의 말에 반달처럼 눈을 웃어보이다 루미네는 답하였다.
“맞긴 한데 이번에 느낀게 있어요.”
“느낀거라니? 그게 뭐지?”
고민하는 소리를 내던 루미네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이번 이나즈마 축제의 불꽃놀이를 기대한 건 맞아요.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던 친구를 도우면서 화려할거니 꼭 보러와라 기대해도 좋다는 친구의 말에 잔뜩 설레어서 누구랑 갈지부터 무엇을 할까 생각하면서 보냈지 뭐에요. 근데 몬드에서부터 왜 그렇게 설레어 했고 즐거운 기분만 가득했는데 비로소 여기 와서 여러 생각을 하다보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더라구요.”
“그래? 어떤 거였지?”
불꽃을 보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루미네의 말에 고개를 돌려 다이루크는 그녀를 응시했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루미네도 고개를 돌리며 폭죽의 불빛이 반사되는 붉은 눈을 부드럽게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저, 다이루크 어르신과 함께 하면 그게 하늘 높이 쏘아 올려지는 불꽃이든 손안에 들어오는 작지만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불꽃이든 의미는 같다는 것을요.”
루미네의 진심이 깊게 담긴 말을 듣고 한참동안 다이루크와 루미네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네. 루미네 너의 말이 맞아.”
루미네의 눈을 계속 바라보며 다이루크는 입을 열었다.
“어떤 형태의 불꽃이든 상관이 없어, 그걸 누구와 한다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녀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말을 하며 다시 들여다 본 루미네의 눈은 살짝 노을이 지듯 어두워진 금빛 하늘에 불꽃놀이의 빛이 반사되어 별이 수놓아진 것처럼 반짝거리는 것을 볼 수있었다.
그 색다르게 볼 수있는 장면에 또 다른 불꽃놀이 볼 수있었으며 여느 불빛보다 따스했고 이런 풍경은 오직 어느순간부터 마음 한켠에 자리를 잡은 루미네만이 보여줄 수있다는 것에 만족스러워하는 표정과 함께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정말 예쁘네. 이제껏 봐왔던 불꽃 중 제일 의미있어. 루미네 너와 함께라서.”
그렇게 부드러운 미소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다이루크를 바라보다 루미네는 양 볼이 붉어지다 웃으며 답했다.
“저도요!”
잔잔하지만 그 안에 오고가는 마음은 빛처럼 맑고 화사했으며 서로에게 가졌던 진심을 전달한 두 사람은 빛이 그들의 주변을 채우지만 두 눈은 서로를 향해 있고, 어느새 조용히 손을 마주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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