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서지고 다시
부서지는 꽃
*죽음묘사 & 후반 약 개그물
바깥에는 가을이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정원을 걷는 종려의 시야에 은행나무 잎이 흩날리고 종려는 손을 들어 흩날리던 은행나무 잎을 조심히 잡았다.
“ 벌써…. 가을이군. ”
종려는 보던 은행잎에서 고개를 드니 정원 끝길에 머리엔 꽃을 달고 바람에 따라 흩날리는 옷자락을 손에 쥔 체 자신을 향해 웃는 아내의 보이였다.
“ 종려 씨! 여기 꽃이 많이폈…!”
종려는 멍하니 환청의 귀를 기울이며 아내를 바라보다 다시 세찬 바람에 환청은 세찬 바람 소리로 가려지고 시야마저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머리카락을 넘기니 그 자리엔 그저 바람에 불어 흩날리는 단풍잎과 은행나무잎이 어지러이 날리고 있었다.
“ 가을비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쥐고 있던 은행나무잎을 손에 힘에 천천히 풀자 불어오던 바람에 날려 저 너머로 흩날렸다.
멍하니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 ..오랜만에 온실에 가야겠군, ”
“ 열쇠 여기 있습니다. ”
종려의 외투를 들고 있던 집사가 빠르게 종려의 외투에서 낡은 온실 열쇠를 종려에게 건네자 종려는 낡은 열쇠를 꽉 손에 쥔 체 발을 옮겼다.
정원의 끝에 주인이 허락하거나 가문의 핏줄만이 드나들 수 있어 비밀에 부친 곳. 종려는 온실 앞에 서서 여전히 깨끗한 온실을 바라보았다.
종려는 단단히 잠겨있던 루미네의 온실 열쇠를 들어 열쇠 구멍에 넣자 달칵. 하는 금속 마찰 소리가 들리고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 사이로 햇살이 온실 내부에 빛이 내려오며 오랫동안 쓰지 않은 도구들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환하게 비추었다.
그리고 온실 한가운데 텅 빈 테이블들과 의자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종려는 순간적으로 맑게 웃으며 저를 반기는 아내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였다.
" 종려 씨! 일찍 왔네요!"
종려는 손을 뻗어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을 때 그를 농락하듯 환상은 먼지만을 남겨놓은 체 그 자리에는 먼지가 떠다니는 햇살 사이로 비쳤다.
" .... "
종려는 얕게 한숨을 쉬고는 발을 옮기려 할 때 종려의 옷자락을 잡는 작은 손이 있었다.
" 압빠. 머해? "
" 누나아! 가치가! "
그새 들려오는 활기찬 목소리.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와 여기저기서 온실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종려는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와 숨차서 힘들어하는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아이를 가뿐히 들어 안았다.
" 네 엄마의 온실 이란다. "
" 엄마의? "
" 우아! "
여자아이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흔들어 구경했고 남자아이는 높이가 무서운지 종려의 옷깃을 꼭 잡고 조심히 구경했다.
종려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온실 안으로 발을 옮겼다. 이따금 작은 통풍구와 온실 문을 열어놓은 탓인지 먼지는 덜했다.
" 근데 압빠. 여기 무슨 온실이야? "
" 다…. 낡은 거 가튼데…."
종려는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딸과 아들의 손을 잡고 온실 깊은 곳으로 들어섰다.
" 눈을 감고 3초를 새보렴 "
" 그럼…. 하나…. 둘…."
" 셋! "
아이 둘이서 작은 손으로 눈을 가렸던 손 천천히 끌어내리자 꽃밭 그 자체를 가져다 놓은 듯. 형형색색의 꽃들이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여전히 햇빛 아래 반짝였다.
여자아이는 멍하니 쳐다보더니 얼굴을 밝히며 소리쳤다.
" 꽃이다! "
아이들은 바깥에서 보기 드문 예쁜 꽃들에 꽃밭 가까이 다가가 꽃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 와아…. 이 꽃 너무 이뻐요! ”
종려는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근처 테이블에서 구경했다.
‘ ...루미네도 이 모습을 보면 좋으련만. ’
종려는 뛰놀던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입구 근처로 다가가니 작은 나무 두 개가 심겨 있었다.
“ 이 나무가 무엇인지 맞혀볼 사람? ”
“ 저요! ”
루미네와 빼닮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가 나무를 한 바퀴 돌아보더니 손가락으로 나무를 가리켰다.
“ 새로 심은 나무! ”
“ 틀렸단다. ”
“ 히잉 ”
한참이나 무슨 나무인지 한참 도록 시도했지만 결국 맞추지 못해 종려는 입을 열었다.
“ 너의…. 엄마가 너희들이 태어나자마자 심은 나무란다. ”
“ ..엄마가? ”
아이들이 나무들을 구경할 때 종려의 머릿속엔 루미네의 죽어가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어갔다.
*
“ 루미네. ”
둘째를 낳은 후유증으로 루미네의 몸은 엉망진창으로 되어갔다. 되돌릴 수 없고 더욱 죽어가는 몸. 종려는 생명이 꺼져가는 루미네의 손을 꽉 잡았다.
“ ...종려…. 씨. 그 아...이의 나무….”
“ ...걱정하지 마. 심어두었어. 나무 걱정보단….”
루미네는 종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대한 손에 힘을 주고는 고개를 저었다.
“ 종려 씨의…. 아내여서…. 좋아…. 쿨럭! ”
검은색과 비슷한 피가 루미네의 입에서 나와 꽉 잡은 손과 침대보에 젖어 들어갔다.
‘
“ 당장 의원을 불러오게! ”
몸에 좋다는 약도, 명의라는 의사도. 황실에서 데려온 황의조차도 모두 고개를 내 저었다.
종려는 더욱 가냘파져 가는 루미네의 옆에 앉아 루미네를 돌보느라 보좌관의 항의에 루미네의 옆에서 종려는 서류를 보고 있었다.
“ ...아이…. 들은요? ”
“ ..지금쯤 자고 있겠군. ”
“ ...오빠한테…. 연락…. 왔었나요? ”
“ ..... ”
종려는 루미네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안 그래도 루미네에 관련된 일이면 물불 안 가리는 루미네의 처남. 아이테르는 어디서 들은 것인지 루미네가 아프다는 소리에 공작 저 문을 쉴 새 없이 부수듯이 두들겼다.
“ ....만나게…. 해줘요. ”
“ ...괜찮나? ”
종려는 루미네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피가 묻은 입가를 닦아내자 루미네가 웃으며 종려의 손을 꼭 잡으며 웃었다.
“ 괜..찮아요. ”
결국 종려는 아이테르가 루미네를 볼 수 있게 해줬고 결국 연무장에서 한바탕 종려와 아이테르가 싸웠다.
’
그런데도 루미네의 생명은 속절없이 사그라지며. 결국 정원엔 국화꽃들이 무수히 피어나고 가을비가 아닌 여름비처럼 비가 쏟아져 내렸다.
*
아이들은 나무를 보다 다시 아이들은 꽃밭에서 꽃들을 구경하며 뛰어다니다 꽃밭 근처에 놓인 천 덮인 이젤을 발견하자 종려를 불렀다.
“ 압빠! 이거 뭐야? ”
종려는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천이 덮인 이젤이 보여 몸을 일으켜 아이들에게 다가가 천을 조심스레 벗겼다.
하얀 천은 방해 없이 춤추듯이 내려와 가리던 것을 치우자 옅은 금빛 머리카락에 세실리아 꽃 두 개에 맑게 웃으며 해바라기를 들고 있는 여인의 초상화였다.
“ 엄마! ”
옛 되어 보이는 모습. 그런데도 아이들은 바로 알아보고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큰 초상화를 바라보다가 멍하니 있는 아빠에게 물었다.
" 압빠. 근데 왜 엄마 초상화가 여기 있어? 한 번도 못 봤는데! "
" 마자. 한 번도 못 봤어. "
종려는 아이들의 말에 아. 소리를 내더니 눈에 띄게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 이건…. ‘ 그 일 ’이 있기 전에 그려진 거란다. 너희에게 그림을 보여줄 생각조차 못 했구나. 미안하다. "
종려는 웃는 루미네의 초상화를 바라보니 귓가에 루미네의 목소리가 들리는듯싶었다.
" 도련님! 아가씨! 공작님! 점심 안 드십니까? "
" ..점심 먹으러 가지. "
" 으응…. 더 있고 싶은데…."
" 나도…."
종려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안아 들었다.
" 또다시 오면 된다. 문은 이제 열려있으니. 얼마든지 와도 된단다. “
종려는 두 아이 안아 들고 온실을 나와 문을 닫고 식당으로 향했다.
꽃밭 한가운데에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아직 앳된 소녀가 입을 열었다.
” 항상 앞길에 꽃이 가득하기를. “
소녀는 말을 내뱉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바닥에 세실리아 꽃이 흔들거리며 떨어지며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
루미네와 종려가 만나기 이전 루미네는 평민거리에서 꽃을 팔던.. 수많은 사람중 한명이였다.
“ 루미네! 이 꽃 포장 부탁해! ”
“ 아…. 응! ”
루미네는 제 오빠 아이테르에게서 받아낸 포장용 꽃들을 받아 테이블에서 빠르게 포장 후 황금색 리본을 묶어 빠르게 손님에게 건넸다.
“ 항상 앞길에 꽃이 가득하길 빌어요! ”
루미네는 웃으며 만족스럽게 꽃을 안아 들고 가는 손님에게 손을 흔들었다.
루미네가 손님을 보내고 코스모스에 물을 주고 있을 때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 루미네. ”
“ 응? ”
해가 서서히 져 내려가고 황혼이 물들 무렵 물을 주다가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이제는 점점 익숙해져 가는 늘 그렇듯 깔끔한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웃으며 서 있었다.
“ ! 종려 씨! ”
뜻밖의 손님에 루미네는 웃으며 종려를 맞아 나섰다.
“ 요즘엔 도통 안 보이시던데….”
“ ..벌레가 많아서 치우느라 잠시 늦었지. ”
“ ...가을에도 벌레가 있어요? ”
“ 그렇지.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 질긴 벌레는 많은 법이니, 루미네도 벌레에 물리지 않게 조심하는 게 좋겠군. ”
루미네는 겉으로는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루미네의 민감한 후각에는 늘 종려 씨에서 풍겨오는 옅은 피 냄새가 조금 더 진하게 맡아지자 루미네는 문득 종려 씨의 직업이 대체 뭐지 싶어서 피 냄새가 날 만한 직업들을 머릿속에 하나둘 떠올렸다.
‘ 범죄자…. 마피아…. 음…. 이건 아닌 것 같고…. 도축업자? 사냥꾼? ’
수많은 피 냄새가 날 만한 직업들이 루미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 늘 정장을 입고 있는 데다가…. 무기는 보이지도 않고…. 피 냄새가 나긴 하지만…. 은은한 향수도 나고….’
아무리 종려의 직업이 무엇인지 수없이 생각해보았지만…. 사실상 공작이나 아니면…. 황제가 상상되는 기품이라 루미네는 복잡해지는 머리에 아무렴 어때 그럴 수도 있겠지. 라며 그냥 넘겼다. 생각하던 걸 그만두고 종려와 이야기하다 문득 생각난 게 떠올랐다.
“ ! 잠시만요! ”
루미네는 몸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가서 꽃다발을 챙기며 나왔을 무렵 오빠가 종려 씨에 무어라 험악하게 말하는 것이 보이자 루미네는 의아해졌다.
멀어서 잘 안 들리는 것도 한몫했지만 종려 씨는 웃고 있었고 오빠는 표정이 험악해 루미네는 꽃을 챙겨 나왔다.
“ 오빠? ”
“ 그러니…. 아 왔어? 잠깐 이 ‘인간’이랑 이야기 좀 하고 있었어. ”
“ 흠. ”
오빠는 험악하던 표정을 풀고는 웃는 얼굴로 루미네를 맞이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기 품에 있던 꽃다발이 생각나자 품에 안고 있던 꽃다발을 다시 들어 안았다.
“ 저 잠시 꽃 배달 다녀올게요. 오늘까지 배달해 드려야 해서….”
“ 혼자는 위험하니 같이 갑시다. ”
“ ! 아니에요! 가까워서 저 혼자 다녀올 수 있어요! 금방 다녀올게요! ”
루미네는 따라오려는 두 남자를 만류하고 꽃다발을 안아 들고 가사도 제대로 된 악보도 없는 머릿속에 떠올리는 음을 흥얼거리며 사람이 많은 거리를 걸었다.
*
루미네가 배달을 떠나고. 아이테르는 루미네의 뒤를 은밀하게 쫓았다. 제일 짜증 나는 인간과 함께.
“ 따라오지 마시죠. ”
“ 흠? 자네야말로 가계를 지켜야 하지 않는가? ”
“ 하? 그쪽이 루미네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혼자 루미네를 따라가게 두죠? ”
아이테르는 종려를 노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이테르의 감은 여전히 이놈을 루미네와 가까이 둬서는 안 된다는 감이 외치고 있었다.
“ 흠. 처남의 눈엔 아직 신뢰가 되지 않는가 보군. ”
아이테르가 순간 제가 잘못 들은 건가? 귀를 손가락으로 후볐다.
“ 지금 뭐라고 했나? 자네? ”
“ 흠? 처남의 눈엔 제 신뢰가 부족한 것 같다고….”
솩 하는 소리와 함께 종려 옆 벽면에 날카로운 단검이 꽂혀있었다.
“ 누가 처남이야. ”
만만치 않은 살기를 내뿜으며 종려가 살짝 움직이지 않았다면 반드시 피를 봤을 터. 종려는 처남이라는 단어에 살기를 내뿜는 아이테르를 보며 웃었다.
“ 흠. 아직 루미네가 저희의 관계를 말해주지 않은가 보군. ”
종려가 내뱉는 문장 하나를 내뱉을 때마다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이 그저 웃음이 나왔다.
“ 농담일세. 살기 좀 가라앉지. 루미네에게 들키겠군. ”
“ ...그런 농담 한 번 더 하면….”
목 위가 무사하지 않을 겁니다. 라고 아이테르의 날이 선 눈이 종려에게 말했다.
아이테르는 가볍게 벽에 꽂힌 단검을 회수하고 골목을 먼저 빠져나와 다투느라 멀어진 루미네를 쫓기 위해 아이테르는 발을 놀렸다. 이미 루미네가 어디로 배달을 가는지 아는 아이테르는 빠르게 움직였을 때 루미네와 누군가의 다투는 목소리가 들렸다.
“ 이거 놔! ”
“ 킬킬…. 여자는 고분고분한 맛이 있어…. 으악! ”
루미네가 양아치들에게 잡혀 살랑이는 모습이 보이고 더러운 목소리가 들리자 아이테르가 나서기도 전에 루미네가 들고 있던 꽃다발을 얼굴로 때린 다음 팔을 꺾어 제압했다.
“ .... ”
아이테르가 나서기도 전에 루미네가 제압한 모습에 넋 놓다가 제압한 루미네가 아이테르를 발견했다.
“ ? 어라 오빠? 그리고…. 종려 씨까지? ”
루미네가 두 눈을 깜빡이며 저 둘이 왜 같이 있지? 하는 눈으로 바라보니 종려가 헛기침하자 아이테르는 그제야 제정신이 들어 루미네에게 다가갔다.
“ 배달 떠난 지 꽤 된 거 같은데…. 안 와서 찾으러 나왔는데….”
이런 쓰레기한테 걸리다니. 아이테르는 양아치의 등을 짓밟으며 루미네를 일으켰다.
“ 어디 다친 곳은 없어? ”
“ 어…. 응. 근데 꽃이….”
루미네는 제압하느라 더러워 흐트러진 꽃다발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 오늘 배달은…. 무리겠네….”
루미네는 엉망진창인 꽃을 정리해 들어 쓰레기통에 넣고는 또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 루미네. 이 남자는 걱정하지 말고 처…. 아니 오빠와 함께 꽃집으로 돌아가 있게. ”
“ 아…. 네….”
루미네는 종려의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테르와 함께 돌아가자 남은 종려는 웃으며 양아치의 등을 발로 짓밟았다.
“ 억….”
“ 분명 벌레들은 다 처리한 것 같았건만. 아직도 남아있다니….”
종려는 손가락을 튕기자 복면을 쓴 사내들이 나타나자 자연스레 발로 양아치를 차자 양아치는 검은 복면 사내들에게 굴러가자 사내들은 양아치들을 잡고 사라졌다.
종려는 사라진 모습을 보고는 꽃집으로 몸을 돌렸다. 종려가 떠난 자리엔 은행나무잎이 떨어져 내렸다.
*
종려가 루미네를 처음 만난건 그리 별달리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몰려오는 서류 더미에 종려는 인상을 찌푸리며 만년필을 잡고 서명을 이어가던 중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들어오라 입을 열었다.
“ 공작님. ”
보좌관이 온종일 서류만 붙잡고 있는 상사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공작이 시킨 서류를 내밀었다.
“ 평민 구역 쪽에서 지시하신 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
“ 그런가? 보좌관 자네가 대신 다녀오지. ”
“ ....저보단 공작님께서 다녀오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 산책 좀 하고 오십쇼. ”
종려는 한숨을 내쉬고는 서류를 잡아 훑어본 뒤에 의자에 일어서서 겉옷을 입고 문 앞으로 가 섰다.
“ 산책을 시킨 건 자네니 나 대신 처리하고 있게. ”
“ 네네….”
종려는 준비된 마차를 타고 평민 구역에 들어섰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가을마다 열리는 수확제 축제. 그것도 아마 축제를 틈타 시도하려는 게 뻔했다.
축제 구역 멀리 숲길에 마차를 세우고 종려는 평민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에 기사들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이른 뒤에 축제 거리로 들어가니 시끌벅적한 소리와 음식 냄새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좌관이 준 서류의 장소에 도달해 빠르게 일 처리를 끝냈다.
“ 생쥐 같은 놈들. ”
피가 묻은 장갑을 창고 한구석에 던지어두고 빠져나오니 여전히 활기찬 축제의 소리에 종려는 시간도 남을 겸 축제 구경을 위해 걷었다.
한참 걷다가 한 부스에 발을 멈추었다. 신기해 보이는 돌멩이에 멈춰서서 자세히 보자 상인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어떤가! 그 귀한 세실리아 꽃을 액체에 굳어 만든 귀한 거라네! ”
“ 흠…. 가격이? ”
“ 흠흠…. 자네에게만 5만 모에 팔지! ”
딱 봐도 조잡해 보이지만…. 어쩐지 자꾸만 눈길이 갔다.
“ 좋아. 내가 사지. ”
“ 오고 좋아! 얼른 모라를 주시게! ”
종려는 모라 주머니를 꺼내려다가 평민 복임을 까먹었다. 어쩌지 고민하다가 입을 열기도 전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종려의 귓가에 들려왔다.
“ 아저씨! 또 애먼 사람 가지고 비싼 가격에 파는 거예요? ”
“ 아이쿠! 루미네 아니냐! ”
부드러운 꿀 같은 머리카락에 분명 세실리아 꽃이지만 다른 품종의 꽃을 머리에 단 소녀가 상인에게 화내기 시작했다.
무어라 화내다가 상인은 한숨을 쉬고는 지금까지 돌을 들고 있던 종려에게 손을 휘저었다.
“ 그냥 가져가시오. ”
“ 흠….”
종려는 고민하다 상인의 손에 공작가 상단의 뱃지를 손에 쥐여주며 상인의 귀에 속삭였다.
“ 나중에 가서 물건값 받으러 오세. ”
상인은 그 유명한 공작가의 상단 금배지에 어버버할 때 종려는 이미 다른 곳으로 발을 돌려 상인에게 화를 냈던 소녀에게 다가갔다.
“ 고맙군. ”
“ ..별것 아니에요. ”
종려는 보답하기 위해 소녀의 앞에 서서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대, 내게 이름을 알려줄 수 있겠나? ”
소녀는 손을 잡힌 것에 잠시 깜짝 놀라더니 당황스러운 얼굴로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 아뇨.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름 알려주지 말라고 오빠가 그랬거든요. ”
“ ....정말 안 되겠나? ”
“ 으으으음….”
소녀는 한참 고민하더니 웃었다. 그 순간 그 장소에 자신과 루미네와 둘이 이 공간에 존재하는 듯 루미네의 맑은 미소가 종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 제 이름은 루미네에요! 성은…. 평민이라서 없지만. ”
“ 내 이름은…. 종려일세…. 고맙네 루미네. ”
그것이 루미네와 종려의 첫 만남이었다.
별것 아닌 일로 서로 만난 우연으로 된 인연.
*
아이테르는 요즘 기분이 좋아 보이는 루미네를 흘끗 바라보았다. 요즘 따라 넋을 놓거나 계산을 실수하거나 갑자기 얼굴을 붉히거나. 자다가는 갑자기 이불을 빵빵 차거나….
대체 갑자기 왜 저러나 싶었는데 원인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 종려 씨! ”
마물도 제 말 한다면 온다더니. 아이테르는 속담을 짓거리며 종려를 노려보았다.
여전히 저 종려라는 사람은 맘에 들지 않았다. 딱 봐도 루미네에게 치근거리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 루미네. ”
종려는 웃으며 루미네에게 무어라 귓속말을 하더니 루미네는 듣고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이테르에게 다가왔다.
“ 오빠. ”
“ 왜? 루미네. ”
자상한 오빠의 표정을 지으며 루미네의 다음 할 말을 기다렸다. 자상한 얼굴이 루미네의 한 마디에 산산이 가면이 부서져 내렸다.
“ 나…. 청혼받았어. ”
손에 쥐고 있던 물뿌리개가 콰작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작살내며 떨어지며 아이테르의 표정 또한 순간 표정이 이상해졌다.
“ .....누구…. 한 테? ”
아이테르는 겨우겨우 표정을 복구하면서 삐죽 웃으면서 어느 놈팡이가 루미네에게 청혼한 건지 당장 반토작을 내버릴 거라 중얼거리면서 루미네의 대답에 아이테르는 표정을 일그트렸다.
“ ...종려씨한테 청혼받았어….”
맑게 웃으며 발그레해진 루미네의 얼굴은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화를 내리던 아이테르의 분노를 빠르게 잠재웠다.
“ 루미네. 원래 청혼부터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알고 지내는 건데….”
“ 처남. 루미네와 사귄 지 1년 정도 지났습니다. ”
“ 뭐?! ”
종려가 웃으면서 루미네의 뒤에서 루미네를 살짝 안으며 말하는 모습이…. 아니 루미네가 저 놈팡이랑 1년 동안 자기도 모르게 사귀었다는 사실에 잡고 있던 꽃이 꺾이다 못해 결딴났다.
“ 오…. 오빠! 꽃이! ”
루미네는 결딴나는 꽃을 보자 당황하면서 아이테르를 찰싹찰싹 때렸지만, 아이테르는 얼마 전에 루미네가 양아치에게 걸린 날을 떠올렸다. 설마 그 처남 발언이…?
“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진 인정 못 해!!! 감히 청혼도 제대로 안 하고!!! ”
“ 흠. 그게 문제인가? ”
종려는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니 바깥에 마차들이 멈춰서는 소리가 들리자 가게 안으로 황색 찬란한 모라와 귀한 보석들이 담긴 상자와 여러 옷이 가게에 차더니 종려가 해바라기 꽃다발을 들고 루미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팔을 뻗었다.
“ 루미네. 나와 심연이 갈라놓는다고 하여도 나와 함께하지 않겠는가? ”
“ ....좋아요. ”
아이테르는 지금, 이 순간이 꿈이길 바랐다. 휘황찬란한 보석과 모라…. 그리고 루미네에게 청혼하는 저놈.
“ .....루미네를 울리면 죽을 줄 아십쇼. ”
아이테르는 결국 둘의 청혼을 승낙했다. 아이테르는 먼 미래에 돌아가면 절대 둘의 청혼을 승낙하지 않는다고 한탄하게 되지만…. 아직은 먼 미래였다.
루미네와 종려의 결혼식은 휘황찬란 했고 루미네는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아이테르는 슬며시 미소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