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빛 속의 유카타
한껏 후덥지근한 바람이 카즈하를 스쳐 지나갔다. 카즈하는 한창 축제 준비 중인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학교 학생들이 왁자지껄 웃으며 바쁘게 움직이면서 신발이 모래와 마찰하며 바람으로 모래가 섞여 들어오자 카즈하는 미미하게 얼굴을 찌뿌렸다.
어수선한 웃음소리 중에 익숙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눈으로 쫓게 되는 소녀가 카즈하의 시야에 들어왔다.
“ ....아 그건….”
절로 눈이 가는 금빛 머리카락에 시선이 빼앗겼다. 모래가 섞이던 바람은 은은한 꽃향기가 모래를 밀고 들어와 온전히 그녀의 꽃향기만이 카즈하의 자연스럽게 마음을 쥐고 흔드는 향. 두 눈 멀쩡히 있는 사람을 한순간에 멀게 만들어버리는 카즈하에겐 치명적인 향이 카즈하의 심장을 쥐었다.
카즈하의 눈을 멀게 만들고 심장마저 쥐고 흔들며 뇌마저 제대로 된 생각조차 만드는 소녀는 그것도 모르는 채.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지어주고 있었다.
“ ...꽃이 개화할수록….”
뱀은 꽃에 취해가네.
카즈하는 타오르듯이 루미네를 바라보다 친구들의 부름에 그제야 타오르던 바람은 순식간에 자유롭게 흩어졌다.
*
루미네는 그늘에 앉아 의자에 기댄 상태로 눈을 감고 더운 열기를 식히려 노력했다. 작은 손으로 열기를 식히려 열심히 손부채질하여도 조금 괜찮아지는 듯싶어도 다시게끔 더운 바람이 불어오자 그동안 식힌 것이 무색하게 더 더워지는 느낌에 한숨이 나왔다.
“ 루미네. ”
더웠던 바람이 아닌 조금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시원한 손이 루미네의 이마에 닿자 온몸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고 익숙한 목소리에 루미네는 눈을 뜨자 여름보단 가을이 어울리는 카즈하가 웃으면서 루미네 앞에 서 있었다.
“ ...카즈하? ”
“ 더워 보이는데 부채는 없어? ”
“ 없어서…. 손으로 했는데….”
손부채는 역시 아닌 거 같단 말이야…. 라며 루미네는 웃으며 시원한 카즈하의 손에 다시게끔 놀랐다.
“ 카즈하. 손 엄청 시원해….”
“ 그래? 더워 보이는데…. 건물에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
“ 그러고 싶은데….”
루미네는 웃으며 손으로 운동장을 가리키자 카즈하가 고개를 돌리니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루미네 쪽으로 뛰어오는 학생들이 보였다.
카즈하가 살짝 당황하자 뛰어오던 학생들은 카즈하를 밀고 루미네 앞에 섰다.
“ 루미네! 우리 천막 와서 요리 좀 도와줘! ”
“ 아냐! 우리 천막이 더 급해! 와서 옮기는 것 좀 도와줘!! ”
“ 비켜! 우리가 더 급해! ”
“ 아냐! 내가 더 급해!!! ”
“ 애들아…. 잠깐….”
루미네는 금세 인파에 몰려 카즈하와 루미네의 목소리는 묻히기 십상이었다.
루미네가 진정하라며 차례차례 남녀 가릴 것 없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는 그 모습에 카즈하의 가슴이 또다시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서야 겨우 이야기를 끝 맞추고는 한산해지자 루미네가 털썩하고 벤치에 앉았다.
멀리서 루미네를 지켜보던 카즈하가 차가운 캔 음료를 들고는 지친 루미네의 벌긋해진 볼 위에 캔 음료를 살포시 누르자 루미네가 감겨있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팔짝 뛰는 모습에 카즈하가 미소를 짓자 루미네의 성을 내는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 카즈하! 깜짝 놀랐잖아! ”
“ 볼이 뜨거워 보여서…. 시원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
카즈하는 시무룩 표정을 짓자 루미네가 잠시 당황하더니 한숨의 바람이 닿았다가 흩어져 내렸다.
“ 깜짝 놀라서 그랬어….”
“ 아냐. 깜짝 놀라게 한 것은 내 잘못인걸. 이거라도 마셔. ”
루미네는 카즈하가 건넨 캔 음료를 조심히 받아들곤 살며시 캔 음료를 볼에 가져다 대며 미소를 지었다.
“ 응. 이러니까 더 시원하다. ”
여름의 뜨거운 바람들이 어지러이 불어오며 바람들은 루미네의 머리카락을 장난치듯 건드리고 뜨거운 바람은 카즈하의 심장을 더욱 요동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응? 카즈하. 얼굴 되게 빨간데 괜찮아? ”
“ ...아 응? 응 괜찮아. ”
“ 음…. 아! ”
루미네는 제 볼에 데었던 차가운 캔 음료수의 시원한 부분을 카즈하의 볼에 가져다 대는 모습을 카즈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어때? 시원해? ”
카즈하는 멍하니 있던 정신을 다시 붙잡고는 루미네에게 미소를 지으며 캔을 잡은 루미네의 손을 겹치며 웃었다.
“ 목마르지 않아? 난 이제 괜찮으니까. ”
“ 아…. 응! ”
루미네가 웃으며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까지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바라보니 학교에서 유명한 루미네의 오빠가 카즈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카즈하는 매서운 시선에 웃음을 보내자 시선은 더더욱 날카로워졌지만. 자신의 근처에서 코가 마비되도록 강렬한 꽃향기기가 바람과 같이 흩날려온 꽃향기는 날카로운 시선은 안중에도 없었다.
*
아이테르와 루미네가 학교로 전학해 온 이후 학교는 더더욱 시끌벅적했다. 평소에는 그리 많은 시끄러움은 없었지만….
‘ 역시 그 둘이 오고 나서 더욱 시끄러워졌네. ’
카즈하는 창가에 앉아 묵직하고 후덥지근한 여름 바람을 맞으며 여전히 시끌벅적한 학교를 바라보았다.
그 둘이 전학하자마자 제7의 동아리를 휘젓는 것도, 이나즈마 부의 전설인 그 사람에게 대항하고…. 그 일이로부터…. 1년이 지났나? 카즈하는 눈을 감고 날짜를 세다 다시 눈을 떴다.
루미네는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어디에도 굴복하지 않고, 어디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하지만 인간의 추악함은 멀쩡히 날아가는 새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을 채울 때까지, 후각이 남다른 카즈하는 늘 대부분 사람에게 추악한 욕망의 바람을 느껴왔다. 처음 루미네를 보았을 때는 과거에 있던 곳에서 벗어나 지금의 동아리에서 다시 인생을 써 내려가고, 루미네를 만나고, 그 사람에 대해 대항하고.
“ ...믿기지 않네. ”
카즈하는 날 서 있고 표정조차 없던 그 사람이 루미네와 이야기하며 당고우유를 같이 먹는 걸 보면 루미네는 역시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빤히 루미네를 보고 있었을 때쯤. 약간의 살기가 포함된 목소리가 카즈하의 귓가에 들어왔다.
“ 루미네를 바라보는 거. 그만두지? ”
고개를 돌리니 루미네와 똑같은 옅은 금색 머리카락에 뒷머리가 짧은 루미네와 다르게 길게 꼬인 머리카락을 가진 남학생이 카즈하를 노려보았다.
루미네와 같은 머리카락 색과 같은 색의 눈에 카즈하는 저 남자가 누군가 했는데 딱 보아도 루미네의 오빠. 교내 안에서도 유명한 루미네 시스콤, 아이테르였다.
“ 글쎄요. 바람 따라 벌들은 꽃을 향해 가는 욕구를 참을 순 없으니까요? ”
카즈하가 웃으며 아이테르에게 방긋 웃어 보이자 으득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테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카즈하는 창가에 내려와 웃으면서 아이테르를 지나쳐 가는데 아이테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 마지막 경고야. 루미네는 건들지 마라. ”
“ ...기대되네요. ”
카즈하는 아이테르를 지나쳐 교실을 나가는 등 뒤로 저딴 놈에게 루미네를 줄 순 없다는 소리가 들려오자 카즈하는 더더욱 축젯날이 기대되었다.
*
2년마다 주기로 제7 동아리가 장대한 학교 축제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1년 전에 전학해 온 루미네와 아이테르는 겪지 못해 둘에겐 처음 하는 축제와 다를 바 없어 루미네에게 도움받은 사람들은 최고로 화려하고 완벽한 축제를 만들겠다고 불태웠다.
누구는 과하다고 말했지만…. 루미네가 지난 1년 동안 교내의 사람들을 남녀노소 없이 열정적으로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며 교내 사람들의 열정을 불태우는 축제는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
“ 루미네! 멀었어? ”
“ 으으으응…. 잠깐만….”
루미네는 아이테르의 독촉에 루미네는 겨우 룸메이트 친구에 의해 옷 입기에 성공했다.
“ 와! 어때요? 에이 선배! ”
“ 음. 역시 잘 어울리는군. ”
“ 루미네! 꽃 까먹었어요! ”
기다리는 오빠에 후다닥 나가려는 루미네의 발에 아야카가 루미네의 꽃을 들고 후다닥 달려와 머리에 꽂아주었다.
“ 응! 완벽하네요! ”
“ 근데…. 나 혼자 이렇게 입고 나가도 괜찮은 거야…?”
“ 그럼요! 오늘은 루미네랑 아이테르를 위한 축제니까요! ”
아야카는 웃으며 루미네를 거울 앞에 서게 하자 화사한 유카타를 입고 머리를 틀어 올리고 평소보다 더 찬란한 세실리아 꽃을 꽂은 루미네는 아야카와 에이가 봐도 오늘 축제의 주인공이 딱 보아도 루미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둘이 열심히 루미네를 꾸민 결과였다.
“ 걱정하지 마요 루미네!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
“ 으…. 으응? ”
루미네는 뭘 잘하라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아이테르가 아직 멀었냐는 말에 루미네는 축제에 쓸 모라가 든 주머니를 들고 방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자 아이테르도 축제에 콘셉트 맞게 아이테르도 유카타를 입은 체 벽에 기대어 루미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미네는 마음을 다잡고 문을 제대로 열고 나오니 아이테르와 눈이 딱 마주치고는 서로 웃으며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
시끌벅적한. 마치 시장통을 연상케 하는 축제로 가득 찬 교내 운동장과 학교 안엔 이미 반별과 동아리별로 따로 축제를 열기도 했다. 축제는 늘 동아리의 콘셉트 복장을 따로 정해 2년마다 서로 컨샙트 복장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번 교내의 컨샙트는 이나즈마 동아리로, 복장은 기모노나 유카타를 입어야만 축제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거의 모든 학생은 유카타나 기모노를 입은 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 자 루미네, 축제 안내 책자. ”
“ 응! ”
루미네는 아이테르에게서 책자를 받아 보니 다양한 축제 일정과 저녁에는 교내에서 유명한 요이미야가 만든 누구라도 같이 보면 사랑에 빠지는…. 무슨 그런 폭죽을 쏜다고 나와 있었다.
루미네는 ‘ 사랑에 빠지는 ’ 문구를 바라보며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 ..사랑이라. ”
“ 응? 루미네? 뭐라고 했어? ”
루미네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묻혀 빠르게 흩날려 바람으로 날려갔다.
“ 아냐. 앗! 저기 한번 가보자! ”
루미네는 아이테르의 팔을 끌고 축제의 장으로 이끌었다. 루미네의 작은 말은 바람을 타고는 한 사람에게 닿았다.
“ 소녀의 속삭임은 구름을 타고 하늘에 닿았도다. ”
무더운 여름 바람이 카즈하를 스쳐 지나가며 무수히 많은 축제의 열기를 담은 바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
루미네는 그저 한숨이 푹 내쉬며 의무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더라….”
운동장의 축제에 나가 즐기고 있을 때 타 동아리들이 싸우는 소리에 말리려다가 밀쳐져서 발목을 삔 게 문제였을까…. 아이테르와 잠시 떨어진 채 말리려다가 한 게 문제였을까….
결국 루미네가 넘어지자 싸우던 놈들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더니 괜찮냐며 루미네를 부축하려던 걸 어느새 나타난 카즈하가 루미네를 대리고 의무실에 데려와 치료받았다.
“ 루미네. 발목 움직여봐. ”
“ 응…. 아야. ”
루미네는 발목을 살짝 움직였지만 지금까지 삔 고통이 몰려오자 표정을 찡그렸다.
“ 안 되겠다. 오늘은 기숙사로 돌아가서 쉬어야 할 거 같은데….”
“ ....불꽃놀이는 보고 싶었는데….”
역시…. 그건 못 보겠지, 루미네는 씁쓸하게 웃으며 끄덕였다.
“ ...루미네. 등에 업힐래? ”
카즈하가 루미네의 앞에 등을 내보이며 몸을 숙였다. 루미네는 의아해하면서도 얼른 업히라는 카즈하의 목소리에 결국 절뚝거리며 어정쩡하게 카즈하의 등에 업혀 카즈하가 몸을 일으키자 꽤 높은 시야에 카즈하의 어깨를 살짝 꽉 잡았다.
“ 어디로 가는 거야? ”
“ 불꽃놀이 보러. ”
카즈하는 다른 사람들에 시선에도 꿋꿋이 루미네를 업고 계단을 올라 옥상에 도착하니 이미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은 학생들도 몇몇 되었는데 카즈하에게 업힌 루미네를 보자 깜짝 놀라며 몇몇 사람들이 다가왔다.
“ 루미네! 괜찮아? 다른 동아리 싸움 말리려다가 다쳤다며? ”
“ 응. 괜찮아. ”
“ 불꽃놀이 보러온 거지? 저쪽에 자리 있어! ”
딱 봐도 고생해온 루미네를 위해 만들어준 자리가 보이자 루미네는 고맙다며 웃음을 지었다.
“ 고마워 다들. ”
“ 뭘. ”
루미네는 카즈하에 등에 업혀 제일 잘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 날씨 좋다. ”
“ 그러게, 말이야. ”
“ 카즈하는 축제 구경하러 안 가봐도…. 되? ”
“ 난 괜찮아. ”
루미네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카즈하와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 보니 스피커로 목소리가 들렸다.
“ 아아. 오늘의 축제 하이라이트. 불꽃 파티를 시작합니다! 불꽃축제만큼 사랑이 싹트기에 더 좋은 건 없죠! 그리고….”
갑자기 교내와 부스가 있는 운동장의 불빛이 다 꺼지더니 밤하늘에 별빛만이 가득한 풍경에 루미네가 의아해지자 밤하늘 위로 폭죽이 쏴 올라가더니 커다란 소리와 함께 루미네의 시야에 문구가 들어왔다.
“ ....고마워…. 루미네, 아이테르? ”
루미네는 어리둥절해질 때 커다란 박수 소리와 함께 밤하늘에 꽃이 수놓아졌다.
“ 지난 1년 동안 고생해준 우리 루미네와 아이테르를 향해 박수! ”
무수히 많은 박수 소리가 폭죽에 가려지면서도. 시야가 커다란 불꽃들에 밤하늘에 찬란해지면서도. 루미네는 고개를 돌리니 시야에 카즈하가 보였다.
“ 루미네. ”
루미네는 폭죽 소리에는 가려지지 않는 카즈하가 루미네를 부르는 말에 루미네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정말 요이미야의 말대로 불꽃축제는 사랑이 싹트기에 좋은 것 같았다고 생각하며 생각할 때쯤에 카즈하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 불꽃은 바람을 타고 흩어지며…. 하늘 위에 그 자체의 별이 되며, 노란색 빛의 별이 되며 꽃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시야를 뺏는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자 별이 되네. ”
어느새 카즈하는 루미네의 두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추며 루미네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엔 루미네와 풍경이 되는 불꽃들이 카즈하의 눈에 뵈지만 빛났다.
“ 좋아해 루미네. ”
폭죽 소리에 루미네는 들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카즈하의 목소리는 생생하게 루미네의 귓가에 들려왔다.
폭죽 소리와 함께 귓가가 멍멍해지면서도 갑작스러운 고백에 머리가 멍해지면서도 심장만은 두근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야말로 여름이었다.


